꽃바구니

November 30, 2006
난생 처음으로 꽃바구니를 받아봤다.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서상원씨죠?”
“예. 누구세요?”
“꽃배달업쳅니다. 어떻게 가야하나요?”
(의아해하며) “누가 보내는 건데요?”
“그건 저희는 모릅니다.”

집에 오는 길을 설명해주고 전화를 끊었다. 꽃이라니. 안어울리게 무슨 꽃. 누가 보낸거지. 뭘까. 여러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안절부절 못하며 기다리고 있었다.

막 저녁을 먹고 컴퓨터 앞에 앉자, 초인종이 울렸다.

“띵동”

나 는 잽싸게 뛰쳐나갔다. 종이에 서명해주고 꽃바구니를 건내 받았다. 오호~ 꽤 튼실한 녀석이었다. 그리고 아니나다를까, 나의 날카로운 시선을 벗어나지 못한 카드를 포착했다. 비닐 포장 사이로 손을 집어넣어 조심스레 카드를 꺼냈다. 떨리는 손을 진정시키며 카드를 열었다.

순간 터져나오는 폭소를 참지 못했다. 박장대소를 하며 방바닥을 뒹굴렀다. 이렇게 큰 소리로 웃어보는 것도 정말 오랜만인 것 같다. 설마설마 했던 일이 일어나 버렸다. 배를 움켜쥐고 집이 떠나가라 웃어댔다.


SK communications에서 보낸 합격 축하 꽃다발이었다. 약간 우스운 생각도 들었지만, 진심으로 즐겁고 유쾌한 이벤트였다. 누군가 나에게 관심을 기울여 준다는 것은 언제나 고맙고 기쁜 일이다.

혹 자는 “그거 얼마나 한다고”, “돈이 많은가보지”, “꽃바구니 하나 가지고 호들갑은”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물론 나도 농담으로 그런 소리를 하곤 한다. 하지만 직접 경험하는 입장에서는 참으로 감동스런 일이다. 고작 신입사원 하나에 이리 신경써주다니.

중 요한 것은 꽃바구니나 사과박스가 아니다. 면접비 2만원이나 10억어치 현금다발이 아니다. “우리는 당신을 소중히 생각하고 있습니다”라고 느낄 수 있도록 표현하는 것이다. 그로부터 얻는 심리적 만족감과 안정감은 연봉 1~2천만원 따위로 환산할 수 없는 것이다. 왜 S모사에 붙었다는 친구들이 면접자 대기실에 긴장된다며 앉아있었는지 조금은 알 것도 같은 기분이 든다. 두 말 없이 S모사라고 생각하고 있던 나도 “여기 괜찮은데”라고 생각하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문제의 꽃바구니

이 번 사건으로 SK에 대한 나의 시선도 조금 변했다. 솔직히 이전까지 SK를 자리 잘 잡아서 돈 잘 벌고 있는, 그저 그런 회사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SK를 우호적인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조금은 사랑스럽기까지 하려고 한다. 이번 사건만으로 나의 생각이 180˚ 달라진 것은 아니지만, 이번 사건이 미친 영향은 참 크다. 혹시 다른 회사에 취직하게 되더라도 내 가슴 속에는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p.s: SK communications 면접기는 나중에 올리도록 하죠. 순서대로 올리려고 기다리고 있는데, 기쁘고 흥분된 마음에 이 글을 올리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