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부터 오늘까지 가족과 함께 강원도를 여행하고 왔다. 여러 곳을 들렀는데, 그 중 가장 인상에 남은 곳은 아무래도 강원랜드다. 다른 곳은 나중에 기회가 닿으면 적도록 하겠다.
강원랜드는 사북에 있다. 사북은 정선과 태백의 중간쯤에 위치하고 있다. 가는 길은 네비 찍고 갔으니 뭐 어찌 가는지 모르고… 도착하면 눈에 띄는 건물은 하나 밖에 없다. 산으로 둘러쌓인 곳에 우뚝 솟은 건물이 하나 있다. 나름 멋을 낸다고 신경써서 지었겠지만 내가 보기에는 악취미다. 게다가 건물이 하나 밖에 없어서 썰렁하다. 위로 솟은 부분이 강원랜드 호텔이고 그 아래 부분이 강원랜드 카지노다. 낮에 잠시 들러서 더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주변에 부대시설도 없고 공연 같은 볼거리도 없었다. 단순한 내국인 카지노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이원 리조트를 건설 중이지만 아직 시작 단계인 것 같다.
로비의 카운터에서 주민등록증을 제시하고 입장권을 구입한다. 주민등록증이 없으면 출입할 수 없으므로 주의하자. 입장료는 5000원이다. 그 중 세금이 개별소비세 3500원, 교육세 1050원, 부가가치세 450원이다. 현금으로 지불해야 하며 입장권 자체에 현금 영수증 번호가 찍혀나온다. 나중에 웹사이트에서 등록하면 된다고 한다. 안에서 게임을 할 때도 현금이 필요하니 (현금 인출기가 있기는 하지만) 미리 준비하도록 하자. 운영 시간은 평일 10시부터 06시까지이고, 주말은 폐장없이 토요일 10시부터 월요일 06시까지다. 단, 일요일 06시가 지나면 입장권은 다시 사야 한다. 카운터에서 왼쪽으로 가면 카지노 입구다. 가방은 X-ray 투시기에 통과시키고, 입장권과 주민등록증을 경비에게 보여주고 금속 탐지기를 지나 입장한다. (내가 출퇴근할 때 맨날 하는 짓.) 카지노 안에서 전자기기는 휴대할 수 없다. 부정행위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휴대폰도 안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것까지 제한하지는 않더라. 그리고 모자를 쓸 경우는 챙이 뒤로 가도록 돌려써야 한다. 이는 부정행위 방지와 얼굴 인식을 위해서다.
강원랜드 카지노에는 총 6종류의 게임이 있다. 슬롯 머신, Big Wheel, 블랙잭, 바카라, 룰렛, 다이사이가 그것이다. 슬롯 머신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게임으로 한 줄에 같은 그림이 나오면 이기는 게임이다. Big Wheel은 큰 회전판에 배율이 적혀있고 자신이 건 배율에 멈추면 배율대로 받는 게임이다. 블랙잭은 카드를 이용한 게임으로 숫자 합이 크면 이긴다. 하지만 숫자 합이 21을 넘으면 진다. 바카라도 카드를 이용한 게임인데 banker나 player에 걸고 그 승패에 따른다. 자세한 룰은 모른다. 룰렛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게임으로 회전판에 구슬을 놓고 구슬이 들어가는 번호를 맞추면 이긴다. 다이사이는 세 개의 주사위를 던져서 그 눈의 수를 맞추는 게임이다. 역시 자세한 룰은 모른다. 이외에 컴퓨터와 하는 카드 게임도 있지만 나는 주요 게임으로 치지 않는다.
음료수를 공짜로 제공하는 외에 메리트가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음료 무료 제공이야 대부분의 카지노가 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으니 특별할 것도 없다. 블랙잭의 경우 테이블이 너무 작아서 사람들이 다닥다닥 붙어 앉아야 했다. 옆사람과 어깨가 부딪힐 정도다. 거기에 구경하는 사람들까지 끼어들면 테이블 근처는 빈공간이 없을 정도다. 바카라는 그래도 좀 여유가 있는 편이고, 다른 게임들은 인기가 없는지 빈 자리가 많은 편이었다. 블랙잭과 바카라가 가장 인기 있었다.
우리 가족은 한동안 구경만 하다가 가장 알기 쉽고 하기 쉬운 슬롯 머신만 몇 게임했다. 1 coin에 500원짜리 게임으로 5만원 따기도 했지만 결국 5만원 정도 잃은 것 같다. 나는 5천원어치만 했다. 물론 모두 잃었고.
엄청나게 화려하고 영화같은 그런 것을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생각보다도 평범한 분위기였다. 큰 오락실 같달까. 누나의 표현을 빌리자면 “생활”같은 모습이다. 동네 성인오락실에서도 흔히 볼 수 있을 것 같은 아저씨, 아줌마들이 슬롯 머신 앞에 앉아 끊임없이 누르고 있는 모습이나 평상복 차림으로 묵묵히 베팅만 하는 사람들, 피곤에 쩔은 듯한 표정으로 기계적인 동작을 반복하는 딜러들. ‘꿈의 도시’와는 동떨어진 모습이다.
하이원 리조트가 완성되고 휴양지로 탈바꿈하면 더 나은 모습이 되리라 기대한다. 사람의 마음을 확 끄는 매력은 없지만 유일한 내국인 카지노니 대안은 없다. 마카오나 라스베거스에 갈꺼라면 몰라도. 그래서 서비스가 엉망이라는 평도 있지만 이 또한 방안이 없다. 도박으로 돈을 벌러가 아니라 여흥을 즐기러 가길 바라며, 게임 룰을 공부해서 다음에 가게 되면 테이블 게임을 해보고 싶다.